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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이후로 참 말이 많은 것 같다.
이란전까지야...
못 하기는 해도 이겼으니 그나마 잠잠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우승을 했다면 괜찮았던 것일까?
...

선수 개개인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베어벡 감독의 전략과 전술의 문제점을 끄적여볼까 한다.

베어벡이 선택한 전략은...
스피드가 있는 양쪽 사이드를 이용하여 측면돌파 & 크로스 이후 제공권을 장악하여 경기를 풀어가는 형태이다.

단순히, 전략만 놓고 봤을 때...
이는 매우 우수한 전략이며, 무척이나 고급전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고급 전략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현재 베어백호는 그 전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1. 측면 돌파에 대한 부분 전술의 부재

일단, 돌파가 안된다.
단순히, 개인 기술에 의한 돌파가 안될 뿐 아니라...
부분 전술... 예를 들면, 2대1 월패스라든가 선수간 스위치에 이은 후면침투 등 전술자체가 없다. (있었나??)
설령, 가끔씩 돌파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오픈 찬스를 만들지못하는 관계로 크로스는 부정확하다.

2. 제대로 된 크로스의 부재

이는 1번 내용과도 연계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국대(아시안컵 기준)에 제대로 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킥만 봐도 금새 알 수 있다.
프리킥은 대부분 직접 슈팅이며....
코너킥을 통해 제대로된 찬스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하다못해 찬스는 못만들더라도 제대로 된 크로스가 올라간 적이 있는가....

내가 말하는 것은 로빙패스가 아닌 크로스를 말하는 것이다.

3. 중앙에서의 움직임 부족

측면 돌파라는 카드를 꺼내든다고 해서 중앙 돌파를 외면하거나 무시해서는 절대 안된다.
전후반 90내내, 아니 연장까지 합쳐 120분 내내 측면만 돌파한다면 수비입장에서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앙에서의 움직임이 너무나 부족하다.
현 국대 멤버를 보더라도...
측면에서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중앙을 휘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있다면... 이천수 정도???

이는 단순히... 측면에서의 활용성을 떨어뜨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전략을 이루는 제공권 장악이라는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앙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수비진을 교란하고 이를 틈타 양사이드에서 돌파가 이루지는 것이 근간인데...
중앙에서 움직임이 없다보니 경기내내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 움직임의 단조로움.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이다.
그 넓은 운동장을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로 마크해야 하는 관계로 항상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볼을 가진 사람의 움직임과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의 움직임.
전자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생략하고 후자의 경우를 보면...
A라는 공격수가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 움직임이 없다거나 단조롭다면...
A를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들은 아주 편하게 A에게 밀착 마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볼을 가지고 있는 B라는 선수는 A에게 패스를 할 수 없다.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격수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너무 단순하다. (없다고 해야 되나...)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진 역시 별반 나을게 없다.
이렇다보니... 패스가 앞으로 가는게 아니라 옆이나 뒤로 가게 된다.
최전방 원톱이 미들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고 하고, 감독은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안내려오면 납치된 사람마냥 적진에 혼자 있어야 되는데???

5. 공간에 대한 개념의 부재

간혹 움직임이 좋아 공간이 열렸다고 치자...
패스를 하는데 공간으로 찔러주는게 아니라 사람에게 하고 있다.
앞으로 뛰어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뛰어들어가려는 공간으로 패스를 줘야지...
지금 서 있는 자리로 패스를 주면 어떡하냐고....

이는 순간 역습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역습에 가담하려고 뛰어가는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
열심히 뛰어가다 멈칫하고는 제자리에서 패스를 받으면...
이미 수비는 그만큼 제위치로 들어와있다.

또한 공간의 개념이 부족하다보니 선수들의 포지션이 겹치기도 하고...
미드필드진에 사람이 없어 휑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6. 부정확한 패스

패스를 할 때도...
패스를 받는 사람 근처에 있는 수비수의 방향이나 움직임... 그리고 주변에 빈 공간 등
순간적으로 시야를 넓게해서 다양한 정보를 취득한 후
가장 손쉽게 받을 수 있고, 손쉽게 다음 동작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곳으로 패스를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게 부족하다. 그냥 주면 패스다.
이러니 자연히 트래핑이 안될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좋지 않은데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베어백호의 문제점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베어백 감독에게 실망을 하는 이유는...
히딩크 시절부터 줄곧 국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베어백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명색이 국대 감독이라는 사람이 이러한 점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알고 있지만 고치지를 않는 것인지... 아니면, 고치질 못하는 것인지...

감독을 바꾼다고 이게 해결될까?
글쎄...
예전 코엘류 감독때 이러한 문제점이 조금 고쳐지는가 싶었는데...
여지없이 짤렸지. ;;;;


나는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바라지 않는다.
단순히 특정 대회를 위해 장기간의 합숙과 엄청난 투자를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저변확대를 통해 월드컵 16강 단골 손님이 되길 바란다.
언제까지 2002년의 4강에 대한 추억만을 간직한채 헤메고 있을 것인가...
제발 눈높이를 좀 낮추고, 현실을 직시하자...
이미 현 국대는 아시아 최강도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4-3-3 이니 4-2-3-1이니 3-5-2니 4-4-2니 하는 숫자싸움이 아니라...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본기의 학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