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 가입자였다.
'B 인터넷 광랜 상품 (4년 약정) + B TV 실시간 행복 패키지 (3년 약정) = 31,638원'에 사용중이었는데...
약정 할인 + 결합 할인 + 다이렉트 할인 + 해약 후 재가입 할인까지 받아서 요금이 무척 저렴했다.
사은품 대신 요금 할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 알아보더라도 이 금액보다 싼 곳은 없을 것이다.

여튼...
문제는 지난 주 목요일에 발생했다.
아이폰4를 위해 무선 공유기 하나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특유의 고무 타는 냄새! 어떤 냄새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셋탑박스와 인터넷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허브의 전원 연결 부분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나는게 아닌가!

▲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한 전원 연결부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

▲ 이 장비는 IPTV를 보기 위해, 인터넷 선과 셋탑박스를 연결해주는 장비인 것 같다.

너무나 놀랐지만, 밤 중이라 어찌하지도 못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른 전원을 분리했다.

다음 날, 오전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장비를 교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최근 강서/양천구 지역에 무슨 문제가 발생을 했고, 이 때문에 당장 출동 가능한 기사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빠른게 언제냐고 물어보니, 일주일 후에나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분이 좀 나쁘기도 했지만...
단순 고장이 아니라 불이 나려고 했는데, 와서 조사든 뭐든 해야하지 않겠냐고 좋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내일 바로 보내준댄다.
연이은 회의 때문에 일단은 알았다고 해서 끊었다.

그러고 나서 오후 늦게 어떤 여성분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팀이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오전에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 사과하러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별로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일이라 대충 통화하고 끊으려고 했는데, 왠지 말하는 내용이 사람을 살살 긁더라.
딱히 태도가 나쁘거나 성의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나 메뉴얼에 충실했다고 해야 하려나...

그 분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 죄송하다.
2.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
3.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그냥 틀에 박힌 멘트들...
이메일 문의를 하고 애타게 답변을 기다렸는데, 정작 답장 내용은 '붙여넣기' 한 내용일때의 그 기분이랄까?

1번과 2번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당연히 죄송해 해야 하는 일이고, 당연히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줘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3번을 듣다보니 어떻게 주의를 할 것인지가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무말 못하더라...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주의를 하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주의를 할 건지 말씀을 못하시면, 제가 어떻게 믿고 SK를 사용하겠냐고...
그러다 또 같은 일이 생겨 집이라도 홀랑 타버리고 나면 그때가서 피해보상해준다 뭐한다 그럴거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을 한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그런 경우에 대한 피해보상을 확답해드리기 어렵구요..."

어이가 없었다.
물어본 의도가 저런 게 아니라는 걸 모르나?
아니, 몰라서 그랬다치자.
근데 저렇게 문제 있는 걸 쓰다가 불이 났는데도, 피해보상을 해주지 못한다는 건가?
어디 무서워서 쓸 수 있겠나.

이런 닝기미썅썅바 같은 말을 들었지만...
군말없이 쓸 배짱도 없고,
집이 홀랑 타버려도 괜찮을 정도로 쿨하지도 못하고,
집이 타건 보상을 못받건 상관없을 정도로 부유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냥 해지를 해버렸다.
다시는 브로드밴드 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