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곰플레이어로 프로야구 중계 시청 삼매경에 빠진 산소같은도사.
오늘은 LG : 롯데의 경기를 시청하게 됐다.

초반 투구수도 많고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손민한 선수를 보며...
그리고 2회초에 터진 박용택 선수의 3루타를 볼 때 까지만 하더라도 오늘은 좀 쉽게 가나 싶었는데...
이후 9회까지 LG타선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손 선수를 보며 역시 '전국구' 투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해도, 요즘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니까.

위기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손 선수와는 반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구 한 구 신중히 던지는 모습의 박명환 선수.
선천적 질병(병명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몸의 온도가 1-2도 가량 높고 땀이 너무 많아 여름에 취약한 박 선수...
그래서인지 예전에 있었던 양배추 사건도 이제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건가.
두산에 있을 때는 정말 얄미웠던 그가 우리 LG 유니폼을 입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뭉클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땀이 이렇게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구나...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시원스레 삼진을 잡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겠지만...
이제는 구위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완급조절에 신경을 쓰며 상대를 효율적으로 잡아가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LG의 에이스였다.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혹은 대표할 수 있는) 두 명의 에이스들이 맞대결을 펼쳤다.
에이스들의 대결에 걸맞게 스코어는 1:1.
정말이지 팽팽한 대결이었다.
야수들도 이러한 대결에 발맞춰 호수비의 연속.
자잘한 실수는 커녕, 몇차례 위기 상황에서도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오늘의 명승부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던 투수전은 7회와 9회에 위기에 직면한다.

위기는 먼저 박 선수에게 찾아왔다.
7회에 한계 투구수에 달하며, 연속 볼넷으로 1사 주자 1,2루 상황.
위기 상황을 느낀 양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고... 대부분의 사람이 교체를 예상했을 것이다.
순간...
카메라에 클로즈업된 박 선수의 얼굴에서 굳은 결의를 볼 수 있었던 건 나 혼자였을까?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에이스의 책임과 의무로...
7회까지는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의 박 선수.
그리고 그러한 에이스의 모습에 신뢰를 보내며 믿고 맡긴 감독과 코치.
실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짓고 내려오는 박 선수의 모습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에이스...
이런 모습이 정말 에이스인데...
우리는 얼마나 오랬동안 이런 에이스를 기다려왔던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덕아웃에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하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롯데의 에이스 손 선수 역시...
노련한 피칭으로 투구수를 조절하며 완투를 하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안타와 볼넷으로 맞이한 1사 1,2루 상황.
그리고 여지없이 올라오는 투수코치(롯데팬이 아니라 이름은 잘...^^)
박 선수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교체구나...
하지만, 손 선수 역시 에이스였다.
에이스의 이름으로 자신이 마무리를 짓겠다며 마운드에 굳건히 남아 있었다
역시나 손 선수 역시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캬...
이런 멋진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실제 야구장에서 본 사람들은 얼마나 멋진 경험을 한 것일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이후 등장한 양팀의 불펜진.
에이스의 의무를 서로 지키려는 듯 평상시보다 더 신중하고 날카로운 구위로 상대타선을 철저하게 봉쇄.
연장 11회까지 1:1의 공방은 지속되었다.
각 팀에서 선발로 나온 에이스의 역할.
에이스의 존재감이 이러한 명승부를 만들었고, 계속해서 이어가게 했던 것이리라.

결국...
11회 1사 만루의 찬스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LG가 2:1로 승리를 거두었고...
이 승리는 팽팽한 투수전에서 얻은 감동을 몇 배로 부풀려주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경기였다.

공 하나에 모든 신경이 쏠리고...
파울 하나, 스트라이크 하나, 볼 하나에 탄성과 아쉬움이 스쳐 지나가는...
정말이지 보기 어려운 명승부가 바로 오늘 경기였고...
그리고 그 중심에 양팀의 에이스인 박명환 선수와 손민한 선수가 있었다.